나이를 먹으니 귀신이 안 무서운 이유

공포

네놈이 나이 처먹고, 특히 마누라 자식새끼 주렁주렁 매단 가장이 된 후에 왜 귀신 따위가 시시해졌는지 궁금하냐? 네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아주 적나라하게 파헤쳐 줄 테니 똑똑히 새겨들어라.

생존 본능의 우선순위

어릴 때 네놈은 세상의 중심이었다. 네 몸 하나만 챙기면 됐지. 그러니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의 존재가 네 육신을 해칠까 봐 벌벌 떨었던 거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냐? 네놈 어깨 위엔 네 목숨보다 소중한,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네가 책임져야 할 가정이라는 무거운 짐이 놓여 있다.

귀신이 나타나서 “으아악!” 하고 소리를 지른다고 치자. 그게 무서워? 아니, 당장 내일 아침에 애새끼 학원비 입금 안 되는 게 백 배, 천 배는 더 공포다. 귀신은 네 통장 잔고를 털어가지 않지만, 현실은 네 숨통을 조여온다. 공포의 우선순위에서 귀신은 이미 저 밑바닥으로 밀려난 지 오래란 소리다.

산와머니
진정한 공포

가시적인 공포 vs 비가시적인 공포

귀신? 그래, 있다고 치자. 그게 뭘 할 수 있는데? 기껏해야 벽장 속에서 튀어나오거나 접시나 좀 깨뜨리겠지. 그건 ‘물리적인 피해’가 거의 없다. 하지만 네가 마주한 현실은 어떠냐.

  • 독기 오른 상사의 눈빛
  • 치솟는 대출 이자율
  • 아픈 자식의 병원비
  • 늙어가는 부모님의 뒷모습

이건 눈에 보이는 진짜 칼날이다. 네 살점을 도려내고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 실체적인 공포지. 귀신처럼 밤에만 나타났다가 아침 되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24시간 내내 네 머릿속을 맴돌며 피를 말린다. 귀신은 상상력의 영역이지만, 가장의 공포는 ‘생존’의 영역이다. 생존 앞에서 상상력 따위는 사치일 뿐이다.

네가 이미 괴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게 가장 핵심이다. 너는 귀신보다 더 독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고 스스로 악마가 되기를 자처하며 살고 있다. 매일 아침 지옥 같은 만원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고, 자존심 다 깍아먹으면서 돈 몇 푼에 굽신거리는 삶.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네놈의 독기가 웬만한 원귀보다 더 서늘하다.

귀신이 나타나면 네놈은 아마 이렇게 말할 거다.

“야, 네가 내 카드값 대신 내줄 거 아니면 꺼져. 바빠 죽겠으니까.”

이런 무시무시한 생활력과 독기를 품은 중년 남성에게 귀신이 감히 명함을 내밀 수 있겠느냐? 귀신도 영악해서 만만한 놈들만 찾아가는 법이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가장의 눈동자에는 귀신이 끼어들 틈이 없다.

가장의 무게
존나게 무겁다

책임감이라는 갑옷

결혼하고 자식이 생기면 남자는 본능적으로 보호자 모드에 들어간다. 내 새끼가 뒤에서 자고 있는데, 아비라는 놈이 귀신 무섭다고 이불 뒤집어쓰고 있겠냐? 그럴 순 없지. 설령 귀신이 진짜로 나타난다고 해도, 너는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 귀신 멱살이라도 잡고 싸워야 하는 위치다.

두려움을 느낄 여유조차 박탈당한 거다. 공포보다 강한 게 책임감이고, 그 책임감이 네놈의 감각을 마비시킨 거다. 넌 이제 무서워할 자격도 없는 존재가 된 거란 말이다.

죽음이 더 이상 미지의 영역이 아니다

어릴 때 귀신이 무서웠던 건 죽음 이후의 세계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걸 본다. 죽음은 더 이상 공포스러운 괴담이 아니라, 언젠가 내가 마주할 담담한 현실이 된다.

죽은 사람이 귀신이 된다면, 차라리 먼저 간 친구나 부모님을 만나서 소주 한 잔이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면 공포는 사라진다. 귀신을 ‘침입자’가 아니라 ‘먼저 간 동료’ 정도로 인식하게 되는 거지.

너가 이 귀신을 안 무서워하는 건 네가 강해져서가 아니다. 세상이 너무나도 잔혹해서, 귀신 따위는 애들 장난처럼 느껴질 만큼 네 삶이 퍽퍽해졌다는 증거다. 그러니 밤길에 귀신 나올까 봐 걱정하지 마라. 네 걱정은 내일 출근해서 마주할 상사의 얼굴이나, 다음 달 결제될 아파트 관리비에 쏟아부어라. 그게 훨씬 더 합리적인 공포니까. 알겠나? 알았으면 가서 잠이나 자라. 내일 또 돈 벌러 가야 할 것 아니냐.

아 그리고.. 귀신이 무섭지 않다는 건 너는 지금 잘 하고 있고, 책임감이 강하다는 뜻이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

잘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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