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공원은 오랫동안 시민들의 평범한 휴식처였다. 산책로를 걷고, 벤치에 앉아 쉬고, 동물원을 둘러보는 일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2004년 여름, 그 평범한 공원 한복판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벤치 위에 놓인 작은 요구르트가 사람을 쓰러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사건은 하루아침에 터진 것이 아니었다. 2004년 8월 11일부터 약 한 달 동안 달성공원에서는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독극물 요구르트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피해자는 특정되지 않았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공원에 있던 누구라도 표적이 될 수 있었다. 누군가가 불특정 다수를 향해 독이 든 요구르트를 놓아두고 사라졌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초반 대응은 허술했다. 피해자들이 구토와 실신 증세를 보였음에도 경찰은 이를 심각한 연쇄범죄로 보지 않았다. 사망자가 없다는 이유로 단순 식중독이나 개별 사고처럼 다뤘다. 그 사이 범행은 계속됐고, 결국 달성공원에서 4km가량 떨어진 두류공원으로까지 번졌다.

치명적인 사건은 2004년 9월 19일 벌어졌다. 그날 오후 5시 40분쯤, 달성공원 물개 사육장 뒤편을 걷던 63세 노숙인 전모 씨는 벤치 위에 놓인 요구르트 3개를 발견했다. 포장도 뜯기지 않은 상태였다. 누가 봐도 별다를 것 없는 요구르트였다. 전씨는 무심코 그것을 마셨고, 곧 심한 복통과 구토에 시달렸다.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2시간 만에 숨졌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요구르트 마개에는 바늘구멍 흔적이 있었고, 누군가 주사기로 독성 물질을 주입한 정황이 확인됐다. 국과수 분석 결과, 그 안에는 원예용 살충제 성분인 메소밀이 들어 있었다. 즉, 이것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준비한 독극물 테러였다.

더 큰 문제는 이 죽음 이전에도 이미 같은 방식의 사건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점이다. 경찰은 전씨가 숨진 뒤에야 달성공원과 두류공원에서 비슷한 사건이 총 7건 발생했고, 1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신하거나 심한 구토 증세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사실을 본격적으로 파악했다. 이미 경고 신호는 충분했다. 그런데도 사건은 방치됐고, 결국 사람 한 명이 목숨을 잃은 뒤에야 수사가 확대됐다.
경찰은 뒤늦게 메소밀을 다룰 만한 사람들, 농약 판매업소, 요구르트 제조사 관계자, 공원 용역업체, 주사기 판매업소까지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전단지 10만 장을 배포하고 보상금 2000만 원도 내걸었다. 피해자 진술 속에서는 의미 있는 단서도 나왔다. 한 70대 여성 피해자는 사건 직전 벤치에 앉아 있던 50대 남녀를 봤고, 이후 여성이 다시 혼자 나타나 요구르트를 마신 사실을 확인하곤 황급히 자리를 떴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키 160cm가량의 50대 여성을 유력 용의선상에 올렸지만, 끝내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공원 내 CCTV도 부족했고, 목격자 진술 역시 구체성이 떨어졌다. 공개수사 전환 이후 80건의 제보가 접수됐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다. 결국 수사는 몇 달간 이어졌지만 범인 검거에는 실패했다.

이 사건이 더 섬뜩한 이유는 독극물의 위력 때문만이 아니다. 누가, 왜, 어떤 마음으로 시민들이 쉬는 공원 벤치에 독이 든 요구르트를 놓고 갔는지 끝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정인을 겨냥한 원한범죄인지, 사회에 대한 분풀이였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사건은 단순한 미제사건을 넘어, 일상 공간이 순식간에 공포의 현장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불안 자체를 남겼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뒤, 경찰은 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이 사건을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라고 표현했다. 범행 장소는 넓었고,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였으며, 초동수사 시기를 놓친 탓에 남은 단서는 너무 적었다. 결국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대구를 대표하는 장기 미제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달성공원 농약 요구르트 사건은 단순히 오래된 독극물 사건이 아니다. 누군가가 시민의 평온한 일상 속으로 조용히 독을 들여놓았고, 그 징후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막지 못했던 사건이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되고, 더 선명하게 소름 끼치는 사건으로 남아 있다.
